유럽의 쟁점 이 코너에서는 최근에 쟁점이 되고 있는 유럽 관련 문제를 다룰 것입니다. 이번 호에는 유럽을 뒤흔들고 있는 유로존의 위기에 그에 대한 대응을 다루었습니다. |
유로존 위기와 '사회적 유럽'
배병인 국민대 교수
2010 년 5 월 이후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유로존 위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 그리스의 준 ( 準 ) 국가부도 사태를 필두로 한 이른바 PIIGS 국가들의 재정위기 심화로 한때 해체 또는 붕괴 설까지 낳았던 유로존 위기가 그리스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 지원과 부채탕감 , 그리고 신재정협약을 비롯한 여타 후속 조치들의 합의로 급격히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
유로존 위기는 2008 년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 유로존 자체의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로존은 상이한 경제수준과 규모를 가진 이질적인 국가들이 단일통화로 통합됨으로써 내부의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 이를 조절 또는 제어할 수 있는 수단 , 특히 재정적 수단이 부재하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 마스트리히트 조약 체결 당시부터 지적되었던 이러한 취약성이 이번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는 진단을 낳는 기초이다 . 그리스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신재정협약과 유럽안정메카니즘 등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진전된 조치들이 합의되기는 하였지만 , 유로존의 구조적 취약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유로존이 또 다른 위기의 가능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이번 위기를 통해 유로존 국가들이 발전시킨 해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 하나는 1997 년 ' 성장과 안정을 위한 협약 ' 에서 합의한 바 있는 재정 건전성 요건을 강화하고 이에 강제성을 부과하는 것이고 , 다른 하나는 단기 금융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 전자의 처방이 신재정협약으로 나타났다면 , 후자는 유럽금융안정기금과 유럽안정메카니즘의 형태로 나타났다 .
이러한 조치들은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 첫째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나 향후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 재정 정책이 회원국의 절대적 재량권에 속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나 , 유럽연합 차원의 재정 지원과 준 ( 準 ) 강제적 개입이 가능해짐으로써 회원국의 재량권이 제한되는 효과를 갖는 한편 통합적 재정정책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 그러나 이는 ' 배제할 수 없는 ' 장기적 가능성일 뿐 그 전망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
단기적이고 보다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이들 조치들의 두 번째 의미는 그것이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 모두의 측면에서 ' 유럽의 IMF' 로 기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 금융위기에 대한 IMF 의 처방과 마찬가지로 신재정협약과 유럽안정메카니즘 또한 구제금융이라는 당근과 구조조정이라는 채찍으로 이루어져 있다 . 유럽연합 차원에서 구제 금융과 재정지원의 가능성이 열린 것은 유럽의 재정통합을 향한 단초임에 분명하지만 , 그것이 다소 가혹하다 할 수 있을 정도의 구조조정과 긴축 재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 이러한 조치들이 유로화와 유로존의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지라도 ,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해 보인다 . 유럽연합의 긴급 구제 금융을 받는 과정에서 그리스가 경험한 정치적 , 사회적 혼란이 그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
특히 구제 금융과 연동된 구조조정이 주로 공공부문의 축소와 복지지출의 축소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 사회적 유럽 ' 의 문제가 핵심적인 정치적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