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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박선희 교수(서울대) |
베를린 자유대학 종신 정교수인 박성조 교수는 일찍이 1959년 이후 유럽대륙에서 유학 및 생활하면서 유럽통합의 역사적인 궤적을 몸소 체험하셨다. 단일유럽의정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80년대와 유럽연합 조약이 조인된 90년대 초반 독일통일 그리고 이어서 중동부유럽국가를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역동적인 시기를 목격하셨다. 유럽연구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길을 걸으셨고(초대 유럽학회 회장) 그 궤적이 유럽에 국한되지 않고 동아시아 지역협력연구 그리고 발칸반도에 대한 연구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성조 교수의 근황과 최근 저서 등에 대해서 서면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
한국체류기간 동안 어떤 활동에 주력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003년 가을학기부터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3년, 그후 울산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1년, 다음 동아대 동북아국제대학원에서 4년, 끝으로 세종대 아시아학과에서 1년간 근무했습니다. 일단 학교에서 수업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으며 그 외는 연구활동, 통일, 유럽통합연구와 관련해 독일로 유학생을 파견하는데 노력했습니다. 서울대에서는 통일연구, 유럽통합연구에 관한 저서활동을 했고, 국제회의를 유치, 주관하는데도 협조했으며, 동아대, 세종대서도 이런 일들에 주력했습니다. 매우 기뻤던 일은 2005년도 KBS해외 동포상을 수상한 것 입니다. 당시 서울대 총장 정운찬, 현 서울대 총장이신 오연천 교수님의 도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서 준비했었던 체재변혁론 (System transformation in comparative perspective)이 베를린 LIT출판사에서 2007년 출판됐습니다. 이 저서는 미국의회도서관(US Library of Congress) 선정 2007년 사회과학서 선정 100권 중에 들어갔습니다.
<p '=''>다시 독일에서 생활하시면서 독일 사회와 한국 사회에 대해서 각각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독일과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에서 학위, 교수자격시험, 교수 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느낀 소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사회과학에 국한하여 말한다면 사회과학의 이해가 통합적 인식에서 탈피되어 있고 극도로 계량화, 수학화되고 있는 사실을 알았으며, 그 이상으로 '지식의 배경에는 파워가 도사리고 있다'는 Foucault의 말이 자주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사회과학은 대상의 현주소, 방법의 현주소, 응용의 현주소로부터 많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베버가 주장한 가치판단(wertfrei)없는 사회과학은 과장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유럽대학의 수월성을 고집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베스트셀러인 Schirrmacher의 'Ego'를 탐독하면 더욱 자기 비평적일 수 있습니다.
<p '=''>독일통일 과정을 직접 목격하셨는데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을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서울대에 있는 동안 비교통일정책을 강의했습니다. 이유는 물론 대학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저 자신 독일통일에 관한 넓고, 심층적인 이해를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독일통일에서 가장 큰 오류를 지적한다면 1. 동·서독인 간의 동질성 (homogeneity of east and west germans), 2. 제도의 강제적 이양 (forced imposition of institutions and systems), 3. 무차별적 재정지원 (undifferentiated financial transfer), 4, 시장 참여자가 없는 곳에 시장경제도입 (introduction of market economy without market actors) 입니다. 사실상 독일에서는 동독연구를 '이념연구', '자국체제 우월성'에 맞췄습니다. 본인의 대학에서 동독연구소가 그러했습니다. 지금 독일에서는 통일연구라는 표현보다 체제변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통일연구는 수많은 학회가 존재하지만 '단편적 부분'에 국한되어 연구하는 경향이어서 통합적인 접근이 대단히 아쉬웠습니다.
<p '=''>유럽대륙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시면서 유럽통합과 독일통일 그리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심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세르비아에서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첫 직장은 메콩 강 유역 태국 지역개발에 참여하여 지역의 엘리트를 개발사업에 관심 갖게 하고 참여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Saarbruecken 빈곤국 개발연구소에서도 지역사회개발에 관심을 갖고 저서도 출판했습니다.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설립에 관여하여 7-8년간 부총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세르비아도 유럽의 주변지역입니다, 한때 보스니아 전쟁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입니다. Megatrend대학의 총장인 Jovanovic교수님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 출신 학자들과 자동차 산업에 대해 연구하고 저서활동을 한 절친한 친구 입니다. 이 교수님은 한국, 이스라엘등이 선진국으로 등장하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협조를 원했으며 저는 이 대학의 초대 총장으로 4년간 함께 일했습니다. 이 대학의 여러 가지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을 교수가 찾아가는 대학'입니다. 즉 CS (customers satisfaction)를 초점에 두고 있다. EU의 Tempus 프로그램으로부터많은혜택을받았으며많은상을수상하기도했습니다.
<p '=''>세르비아 메가트랜드 대학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요?
대학 개교(1989)하기 전부터 관여했으며 대학의 국제화,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습니다. 제가 관여하기 시작한 80년대 초 유로 아시아 경영학회 (Euro Asia Management Studies Association)에 가입하여 많은 교수님들을 외국에서 초대할 수 있었고, 90년대 초에 생긴 Global University Network에도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국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금년 9월에는 이 대학에서 제 10차 연차회의를 주관합니다. 그리고 저는 Online Journal (www.dogsjournal.org)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Business as Art of Living: A New Paradigm for um Caruje Rationality'라는 제목으로 국제회의를 주관하여 Oxford, Harvard, Nanjing 대학의 학자들을 모셨습니다.
<p '=''>연초에 University in Serbia: A Model Case of Capacity Building for System Transformation(세르비아의 메가트랜드 대학 - 체재변혁을 위한 인력육성의 모델)을 LIT Verlag 출판사에서 발간하셨습니다. 이 저서의 내용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체제변혁 (system transformation)이 여러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1. 미국식의 충격요법(shock therapy), 2. 독일 식의 체제 강제이전 (imposition model), 3. 중국식의 공산당 중심의 혼합(hybrid)형, 4. 세르비아 식의 인력육성 (capacity building). 첫째의 경우는 '시장 참여자가 없는 곳에 빠른 속도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접근인데 성공사례가 희소합니다. 둘째, 독일식은 '완전히 식민지주의'입니다. 따라서 동독의 산업과 기업 등은 전멸했습니다. 셋째, 중국형은 공산당의 역할에 의존하면서 시장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으로 중국기업이 현재 유럽에 많이 진출하면서 아주 흥미로운 경영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넷째, 점진적으로 새로운 시장행위자(market actors)를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마지막 방법이 가장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졸저의 초점도 여기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특히 유럽학회는 사실상 '서구/중구연구'가 대부분이며 동구연구는 너무나 희소합니다. 많은 소장학자들이 동구지역에 더 많은 애정을 갖고 연구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4월말에 에스토니아의 타르투 대학에서 동구연구. 동아시아 연구와 관련된 국제회의가 개최될 예정으로 저도 페이퍼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에스토니아의 1 인당 국민소득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체재변혁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입니다.
<p '=''>올해 7월에 크로아티아가 유럽연합의 28번째 회원국이 됩니다. 같은 구 유고연방 공화국 출신인 세르비아 & 몬테네그로의 유럽연합 가입 전망을 어떡해 보시는지요?
크로아티아의 경우는 조심스런 낙관론입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세르비아의 경우는 코소보 문제를 둘러싸고 EU와의 의견충돌이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EU가입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조만간 '유로화의 붕괴'가 목전에 와 있다는 설이 팽배하고 있고 최근 독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80%이상이 자국화폐 즉 도이치마르크(Deutschmark)로 귀환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AfD (Alternative fuer Deutschland)라는 지식인들의 모임은 조만간 정당으로 출범하여 유로존에서 탈퇴하려는 분위기입니다. EU의 장래가 미지수입니다. 특히 키프러스 의회가 EU의 강제자국구제를 부인함으로 그 여파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p '=''>한국유럽학회 초대 회장님으로서 한국유럽학회에 몸담고 있는 학자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훌륭하신 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데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감사하다는 말 뿐입니다. 유럽연구학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유럽관련 학회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통섭 (consilience)하는 유럽연구가 아쉽습니다. 그러나 가장 바라고 싶은 것은 고수준의 학회지 (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