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욱 교수(부경대) |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후쿠 지방을 중심으로 발생한 진도 8.9의 강진으로 인해 지진해일이 발생하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냉각시스템이 고장나면서, 원자로의 노심이 용해되면서 방사능이 누출된 지 2주년이 지났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건강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2013년 2월 28일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그룹의 시민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건에 따른 방사능 노출로, 일부 암에 대한 발병위험성이 소폭 상승했다. WHO보고서는 원자로의 노심용해가 발생한 이후 전반적인 질명증가는 감지할 수 있는 수준보다 떨어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 인근의 아동들과 같은 주민들은 백혈병, 흉부암, 갑상선암 등의 발병이 일반인들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와 같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 최대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기록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은 원자력 에너지 운영에 대해 상이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는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발생한지 8개월 뒤인 2011년 12월 22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가 만장일치로 신규원전 허가를 결정했다. 미국의 경우 1979년 3월 28일 펜실베니아의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자로의 냉각수 장치가 고장나면서 방사성 물질이 대거 외부로 유출되기 직전까지 사태가 진행되었고, 이후 미국에서 신규원전 건설사업에 대한 허가가 중단되었다. 따라서 2011년의 신규 원전건설 허가는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가 터지기 1년 전인 1978년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승인한 이후 미국에서 33년만에 원자력 발전소 신규건설을 허가한 조치였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만장일치로 미국 남부 조지아주와 캘리포니아 남부에 각각 2기씩 총 4기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허가하였다. 미국정부에 의해 승인된 원전의 운영기간은 40년이며, 20년간 연장이 가능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미국의회는 신규원전 건설을 위해서 185억 달러의 대출보증을 승인하기까지 하였다.
한국의 경우도 2012년 9월 14일 신규 원전을 경상북도 영덕, 강원도 삼척에 추가로 짓기로 했다.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통해 국내 원전 소재지는 고리ㆍ영광ㆍ월성ㆍ울진에 이어 여섯 곳으로 늘게 됐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발생 5일 뒤인 2011년 3월 16일 중국 국무원은 원자바오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련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중국 내에서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 시설에 대해 전면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핵안전계획 제정 때까지 신규 건설허가를 일시 중단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2012년 10월 24일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은 정상적인 건설로 되돌아가 '질서 정연하게' 신규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을 계속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재개의 물고를 텄고 2월 17일 오후 동북지역 랴오닝(遼寧)성 첫 신규원전인 훙옌허(紅沿河) 1호기가 발전을 시작했다.
반면에 벨기에에서는 노후한 3개 원자로를 2015년까지 폐기하고, 나머지 원자로 4곳도 대체에너지원을 찾을 경우 2025년까지 폐기한다고 벨기에 주요 6개 정당이 합의하였다. 전국에서 7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OECD 원자력기구(NEA: Nuclear Energy Agency)회원국 중 프랑스, 슬로바키아 다음으로 전력생산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이 가장 큰 벨기에에서는 이미 2003년 녹색당 주도로 벨기에 연방의회에서 원자력발전소를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2009년 헤르만 반 롬푸이총리 정부 시절에 대체 전력공급원의 문제로 30년 된 노후원전 3기의 가동 시한을 10년 연장하는 것으로 2003년의 원자력 발전소 폐기 정책이 전환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벨기에의 원자력 정책을 다시 2003년의 상황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뒤에 원자력발전을 전면 중단했던 이탈리아 정부는 2008년 5월 22일 급격한 유가상승에 원자력발전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오 스카욜라 경제개발부 장관은 법률 제정 등을 거쳐, 2013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공표하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2012년 6월 12일부터 6월 13일 양일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①원전 재도입 정책 ②총리직 수행과 재판출석 양립불가 ③공공수도사업의 민영화 ④수도사업의 수익성에 기초한 수도요금 책정 등 정부 주도로 추진 등에 관련한 4개 법령의 폐기 여부가 유권자들의 선택에 놓여졌고, 투표결과 총 투표자 9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위의 법령들을 폐기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탈리아정부는, 2013년부터 원자력발전소건설에 착수하여, 2020년까지 총 400억 유로를 투자하여 신형원자로 4기를 건설하고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5%로 높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이탈리아는 1987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때 국민투표를 거쳐 원자력발전을 폐기한 이후, 다시 한 번 국민투표를 통해 원자력발전 재도입 정책이 폐기되어 이탈리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프랑스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태이후, 원전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판단한 프랑스 사회당이 201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전 당시에 원전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원전축소 공양을 대폭 수정하였다.
프랑스 사회당은 후쿠시마 사태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점증하는 불안감을 주요 현안으로 파악하고, 2025년까지 프랑스 전력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75%에서 50%로 낮추고, 페센하임(Fessenheim)과 같은 낡은 원자력 발전소를 당장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원전 축소에 관련된 사회당의 대선공약은 사회당이 녹색당과 선거연대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르틴 오브리(Martine Aubry) 사회당 당수는 원자력 발전소의 전면폐쇄를 주장하는 녹색당 노선에 동조하여 2025년까지 프랑스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24개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도 원자력 발전 문제가 주요현안이 되지 않았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프랑스에서 이와 같은 주장은 매우 과격한 정책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우파진영의 반박을 받게 되었다. 우선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회당과 녹색당의 합의로 에너지 안보와 수십 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됐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발레리 페크레스 (Valerie Pecresse) 예산장관은 '전기요금이 50% 오르고 결국 부담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올랑드 후보는 24개의 원전 폐쇄 결정이 자신이 동의한 사항이 아니라 사회당 당수인 마르틴 오브리(Martine Aubry)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며 자신은 입장이 다르다며 기존의 입장에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올랑드는 대통령이 되어도 노후된 페센하임(Fessenheim) 원전만을 폐쇄할 것이라고 원자력 정책에 대한 공약을 대폭 수정하였다. 이와 같이 프랑스에서 원전 반대에 관련된 정책이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는 프랑스의 전력생산에서 원자력발전 의존 비율이 77.7%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프랑스 정부의 주도아래 세계 최대의 원자력기업인 AREVA가 2001년에 설립될 정도로 프랑스에서 원자력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세계 각국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운영에서 상이한 발전양상을 보였다. 이탈리아와 벨기에, 독일과 같이 원자력 발전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원전폐지를 정책으로 채택한 국가가 있는 반면에 중국 및 미국과 같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국가가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원자력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사례에 대한 비교검토 및 국내 산업환경 및 자원조달환경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